[아트리움 모리] 2025 MORI Young Artist 배태열 개인전: 어느 날, 그리고
배태열 개인전: 어느 날, 그리고
한 개인의 삶의 궤적은 그의 직업적 정체성에 일정한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지만, 그 영향력이 결정적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작가라는 존재는 예외적이다. 작가에게 있어 개인의 경험과 내면의 시간은 그의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핵심적이고 결정적인 기제로 기능한다. 작가는 자신의 미시적인 생애를 매개로 세상을 사유하고, 보편적으로 여겨지던 인식들을 새롭게 구성한다. 작가에게 있어 개인의 역사는 세상을 해석하는 창이 되며, 그 사소한 삶의 조각들이 예술적 사유의 근원이자 미학적 세계의 구조로 전환되는 출발점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작가 배태열의 작업을 논하기에 앞서 그의 지난 발자취를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2019년, 목수였던 그는 ‘서울’을 주제로 한 의자를 만들어 디자인페스티벌의 무대에 올렸다. 그의 해석을 통해 탄생한 의자는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전량 판매되었다. 그 의자는 가구에 불과했으나 그의 내면에서 태동하던 또 다른 세계의 문을 열어준 매개체가 되었다. 나무를 다루던 기술과 노동의 시간이 예술적 사유의 시간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실용의 세계에서 벗어나 쓸모를 넘어선 의미의 세계로 향하는 결단을 하기까지, 큰 용기와 치열한 사유가 필요했을 것이다.
작가 배태열의 발걸음은 태도에 관한 물음으로 나아가고 있다. 도시라는 집약적 공간 속에서 그는 개인이라는 미시적 존재의 궤적을 따라가며 우리가 이 거대한 구조 속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방대한 도시 구조 속에서 자신의 실존을 확인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그저 ‘걷는 것’이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그의 발걸음은 물리적 이동을 넘어 존재를 증명하는 행위, 곧 ‘나’의 자리를 확인하려는 몸의 언어이다.
작가의 발자국이 새겨진 곳곳은 그의 손을 거쳐 각진 입체 큐브로 정제된다. 작가 배태열이 사용하는 재료와 작업 방식은 그에게 가장 익숙한 영역-나무를 자르고 다듬는-으로부터 채택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목수 시절 즐겨 사용했던 오동나무의 표면을 태우는 ‘낙동’ 기법을 응용한 벽면 드로잉 <작은 마음들이 모여, 빛나는 별이 될 때>(2025)을 선보인다. 작가로서의 걸음을 시작한 이후 그는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을 통해 작업을 이어오며 점차 그 깊이를 확장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과정의 한 지점으로, 앞으로 매체적 실험의 폭을 넓혀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아트리움 모리는 청년작가 발굴 및 지원을 위해 매년 개최하는 청년작가 공모 「2025 MORI Young Artist」의 두 번째 선정자로 배태열 작가를 맞이했다. 배태열 개인전 《어느 날, 그리고》 포스터의 배경이 되는 복잡한 선들은 작가가 실제로 도시를 걸어 다닌 경로의 흔적들이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구체적인 장소의 재현이 아니라 한 인간이 세계 속에 자신을 새기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 하나 온전히 나의 것이라 느끼기 어려운 이 거대한 도시 위에 작가의 발걸음이 닿았고, 발걸음이 닿은 모든 공간은 그의 실존이 통과한 세상의 단면으로 지금 여기, 우리의 시선 앞에 펼쳐져 있다는 점이다.
목수였던 지난날의 그는 훗날 작가로서 도시를 거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인생의 모든 순간들이 예측 밖에 있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이 지니는 삶의 태도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어떤 위치에서도 매 순간 진중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물음에 답해온 그의 걸음은 어느 날, 오늘의 순간에 이르렀다. 그의 작업은 그렇게 쌓여온 시간의 응답이자, 삶을 대하는 한 인간의 태도가 빚어낸 조형적 과정이다.
아트리움 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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