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리움 모리] 이재호 개인전: やっちまいな 야치마이나


이재호 개인전 《やっちまいな 야치마이나》

 

아트리움 모리는 경계 위에 선 한 작가를 바라보는 일에서 이번 전시를 시작한다. 작가 이재호는 오랜 시간 ‘몬스터’를 그려왔다. 사회의 중심에서 비켜난 존재, 환영받지 못하지만 분명히 함께하는 외곽의 존재들을 세상에 소환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몬스터보다 그것이 살아갈 서식지이자 환경인 ‘풍경’으로 시선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몬스터는 점차 화면에서 모습을 감추고, 대신 이름 모를 나무와 하늘, 구름과 땅이 남았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몬스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것은 여전히 작가의 작업을 지탱하는 근간으로 남아 있다. 단지 형상을 감춘 채, 풍경 전체를 존재하게 하는 이유로 스며들어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그의 풍경은 하나의 장면이기보다 하나의 환경으로 선행한다.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현실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허구라기보다 일상 속에 존재하나 인식하기 어려웠던 또 다른 현실을 향해 간다고 볼 수 있겠다. 어디선가 본 듯한, 무엇인가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세계.

 

작가는 이러한 개념을 구현해 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재료를 바꾼다. 서양화를 전공했음에도 장지와 먹이라는 동양의 재료를 거침없이 혼용하고, 코팅되지 않은 날천 위로 아크릴 물감이 우연히 스며들고 번지는 비구상적 효과를 실험하기도 한다. 재료의 변화뿐 아니라 화면의 구성에서도 이전과 다른 방식을 시도한다. 2025년 선보였던 작업들이 나무라는 특정 대상을 주인공 삼아 밀착된 시선을 보여주었다면 2026년의 작업은 화면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풍경 전체를 응시하는 작가의 시선을 보여준다.

실험적 태도는 작가의 작업에 차별성을 부여하는 가장 정직한 방식이다. 작가는 우연을 갈망하면서도 우연을 두려워하고, 해방을 꿈꾸면서도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을 멈추기 힘들 것이다. 새로움을 향해 몸을 내던지고 싶지만, 그 새로운 가능성이 자신을 흔들어 놓는 순간에는 다시 망설이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양가성은 그의 회화 안에서 은근한 긴장감으로 시각화된다. 이 모순은 지금의 그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에게 말한다. やっちまいな. 저질러 버려!

 

이번 전시의 제목인 ‘야치마이나’는 작가 자신을 향한 문장이다. 자신의 안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한 어떤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 마음. 그러나 그 한 걸음이 쉽게 내디뎌지지 않는 시간. 경계 위에 선 한 예술가가 끝없이 자신을 설득하며 건네는 절박한 독백이기도 하다.

이재호의 작업은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다. 작가는 자신의 불안과 갈등을 날것 그대로 전시장 안으로 가져온다. 화면 속 풍경은 몬스터가 머물 법한 장소인 동시에,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한 예술가의 내면이기도 하다. 불안한 발걸음으로 끊임없이 작업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그의 고군분투가 언젠가 자신만의 언어를 발견하기 위해 온몸으로 부딪쳐 온 정직한 흔적들로 남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의 작업이 하나의 장면을 그리는 일이 아니라, 자신과 몬스터가 함께 살아 숨 쉴 수 있는 장소를 더듬어 찾아가는 과정이며 동시에 자신의 존재 방식을 모색해 가는 여정이 되기를.

 

아트리움 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Exhibition Info


Artist

이재호


Date

2026.7.25~ 2026.10.18


전시실

아트리움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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