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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리움 모리 레지던시 프로그램: 유촌창작스튜디오 1기 입주작가 그룹전 <시절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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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리움 모리 레지던시 프로그램: 유촌창작스튜디오 1기 입주작가 그룹전 <시절초상>

 

 

시절 초상: 세월에 속한 존재들

 

아트리움 모리의 레지던시 프로그램 유촌창작스튜디오는 전국적으로 축소 되어가는 레지던시를 활성화하며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가를 지원하고자 하는 아트리움 모리의 소망이 담긴 사업으로 20244월 운영을 시작했다. 이에 아트스페이스 울림은 유촌창작스튜디오의 1기 입주작가인 나광호, 정진경, 최빛나 작가의 작업 세계를 살펴보는 그룹전 시절 초상831일부터 1013일까지 개최한다.

 

유촌창작스튜디오는 성주 월항면 아트리움 모리 부지의 한편에 위치해있어 편의를 위한 상업시설이 즐비한 도심과는 동떨어져 있다. 레지던시를 벗어나 길을 나서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은 줄지어 너울지는 비닐하우스 행렬. 지역 경제를 책임지는 성주의 특산물, 지역민의 삶의 터전인 참외 농사의 현장이다. 이 외에도 인구수가 4만여 명 밖에 되지 않는 고요한 지역의 곳곳에서 묻어나는 정취들 또한 타지에서 온 입주 작가에게는 생경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유촌창작스튜디오의 시작을 함께하는 1기 입주 작가 나광호, 정진경, 최빛나는 서울, 경기, 대구에서 활동을 이어오던 이들이다. 나광호 작가는 팬데믹 이후 찾아온 고립의 시간을 계기로 발밑에 자라나는 식물에 주목하여 머무는 지역들의 식물도감을 제작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지역의 경계 안에 무심히 자라나는 식물을 관찰하고 촬영하며,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과정으로 식물을 기록하듯 도감을 제작하는 작업을 이어나간다. 정진경 작가의 작업에는 평범한 것들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 일상의 요소 속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내는 과정이 담겨있다. 꾸준한 태도로 주변의 사물, 풍경, 일상의 모습들을 유심히 바라보고 기록하는 작가의 성실함은 그녀의 예술세계를 통해 여과되어 심플하지만 다채로운 형태로 종이와 캔버스 위에 드러난다. 한편 생에 대한 동경과 경외심, 불안함 등 공존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작가 최빛나는 그녀 주변에 실재하는 현실적 장소들을 바탕으로 그녀의 기억과 감정이 더해져 충돌되는 비현실의 풍경을 담아낸다. 곁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애정과 그것이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이러한 양가적인 감정의 혼재로 그녀의 풍경은 미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레지던시 입주를 위해 성주를 찾은 작가들 중에서는 이 지역에 처음 방문하는 이들도 있다. 레지던시를 통한 인연이 아니었다면 평생 들를 일이 없었을지도 모르는 낯선 장소. 그곳에 붓과 물감 그리고 작업물을 펼쳐두고, 생활을 위한 간단한 짐들을 풀어둔 채 그들이 스며들고 있다. 아무런 연고 없는 이곳 성주의 유촌창작스튜디오를 통해 예술가의 세상인 작품이 변화의 가능성을 가진다. 입주 작가의 작품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태동과 관계하며 유촌창작스튜디오는 성장한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예술가에게 일정 기간 동안 작업실, 거주 공간, 전시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국 각지에서 운영 중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입주하기 위해 작가들은 거주지와 관계없이 이곳, 저곳 지역을 넘나 든다. 202412, 유촌창작스튜디오의 입주 기간이 종료되고 나면 세 명의 작가는 또 이곳을 떠나 새로운 여정을 향해 나설 것이다. 4월부터 12, 1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절이다. 하지만 세상과 괴리된 듯 고요한 이곳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 몇 발자국 앞에 있는 작업실로 향해 작업에 몰두하고, 시간이 되어 끼니를 때우는 등 생활하고 머무르며 스며드는 이 시절의 초상들이 작가들의 작업 위에 고스란히 새겨지고 있다. 유촌창작스튜디오를 통해 주고받은 영향들이 드러나는 작업의 결과물은 지금부터 11월까지 아트리움 모리에서 이어지는 세 작가의 개인전에서 더욱 선명한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유촌을 찾아준 세 작가와의 소중한 인연. 이 시절이 지나면 함께할 수 없을 이들과의 관계가 새겨지는 아트리움 모리, 유촌창작스튜디오의 모습을 여러분과 함께하기 위해 이번 전시 시절 초상을 개최한다.

 

아트리움 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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