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ㅣ[동네뉴스] 성주 '아트리움 모리' 갤러리에서 초대작가 '장건우'의 작품을 만나다
지난 8일 오후4시 경북 성주군 월항면에 위치한 '아트리움 모리' 갤리리 오픈식이 있었다. 이 갤러리의 첫 번째 기획전 초대작가는 '그림으로 이야기하다'란 주제로 50여 점의 그림과 아이클레이로 만든 캐릭터들을 출품한 14살의 사춘기 소년이다.
"우연히 들리게 된 카페에서 건우의 그림을 보고 망설이지 않고 바로 기획전을 결정했다. 그가 누구인지 몇 살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만큼 작가의 그림은 행복한 영감을 준다. 바람의 길이를 잴 수 없듯이, 아름다움도 예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아트리움 모리 구복순 관장은 기획전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 갤러리의 초대작가 장건우(성주군 성주읍·용암중1)에게는 '천재 아티스트' '발달장애 아티스트' '애니메이션 세상 속에 살고 있는 건우' '한젬마 선생님이 추천하는 그림영재' 등의 수식어가 따른다.
수많은 수식어에 걸맞게 2018년 '꼬마작가 장건우의 어마무시 꿈끼전'을 비롯해 2019년 대구 달서아트센터 '피노키오'전, 2020년 강원국제예술제 강원키즈트리비엔날레 미술영재특별전, 2021년 성주교육청개인전-그림으로 이야기하다 장건우전, 성주미술문화인협회 정기전 장건우콜라보레이션 '동행', 올해 2월 도시철도 2호선 용산역 '호랑이와 함께하는 워킹스루 전시회'까지 전시회만 10여 차례 열렸다.
또한 성주교육지원청 로비, 나무정원까페(성주), (사)대한노인회 성주군지회, 힐링숲까페(대구) 등 언제든지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상설전시관도 있어 성주에서는 꽤 유명한 작가이다.
작품의 소재는 주로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지만, 이를 작가가 재해석해서 그려낸다. 펜을 이용해 불과 몇 분 몇 초 만에 드로잉하는 기법으로 지우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단번에 그린다. 초창기에는 펜으로만 그리고 색채를 입히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는 스타일이 바뀌어서 마카펜으로 색칠을 하고 작품완성 시간도 길어졌다.
10살 때 첫 개인전을 가진 작가의 재능 발견 시기가 궁금했다.
"7살 때까지도 간단한 단어조차 표현하지 못하고 '오오'라는 발음밖에 되지 않았다. 말이 안되는 아이에게 글은 의미가 없어서 연필이나 지우개를 억지로 쥐어주지 않았는데 그것이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됐다. 어느 날 EBS에 나오는 '뽀로로'를 유심히 보더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안경을 그려 넣는 등 제법 특징을 살려서 드로잉을 했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어머니 김수경(41)씨는 "우리 아이에게는 그 어떤 멘토도 섣불리 붙이지 않았다. 멘토의 의도가 건우에게 전달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미완성 작품도 전시됐는데 미완성 작품마저 작가의 의도라 해석한다. 억지로 완성하려고 하면 그림에도 그대로 나타나 건우의 특징인 자신감 넘치는 선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의 정서적인 환경에 많은 신경을 쓰는 느낌이었다. 이는 복잡한 대도시보다 비교적 조용한 성주에 정착해서 사는 이유이기도 했다.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신나게 그려서일까. 기다려주고 사진 찍는 것을 제일 싫어하던 아이가 누군가를 기다려주기도 하고, 사람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기도 하는 등 타인과의 소통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김씨는 "용암초등학교 저학년 때 도움반 선생님이 늘 건우 그림을 칭찬해 주셨고, 또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인스타그램(artistaeric2008) 이웃에게서 평소 유튜브를 보면서 그림을 그리는 건우의 눈 건강이 걱정된다며 컴퓨터 모니터를 깜짝 선물 받기도 했다"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실감한다"고 했다.
또한 "이번 전시회가 장애인 인식개선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자폐아라고 해서 주위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표현하는 방법을 모를 뿐이고 상황파악을 못할 뿐이다. 그들의 감정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4월 1일부터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작품들 중 20~30점을 추려서 안동에 있는 경북도교육청에 전시할 예정이다.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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