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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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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 아트리움모리(성주군 월항면 주산로 450)의 입구에 입방체의 대형 볏짚이 쌓였다. 김결수 작가는 논 두마지기에서 수확 후 남겨진 볏짚을 가져와 켜켜이 쌓아 올리고, 그 볏짚단 속에 싹을 틔운 볍씨를 옮겨 심었다. 장마철 빗줄기 속에서 볍씨의 발아는 더욱 속도를 내고, 볏짚 속에 묻어온 다양한 포자들에서 이름 모를 식물들도 싹을 틔운다.

그는 왜 전시장에서 농사를 짓는 걸까. 작가가 30여 년간 천착해오고 있는 '노동과 효과성(Labor&Effectiveness)'이라는 주제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그는 공사 현장에서의 노동을 병행하는 작가다. 노동에 담긴 의미와 가치에 누구보다도 많이 고민했을 터. 그는 노동을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고 생명의 순환을 이끄는 본질에 주목하며, 예술을 통해 그것을 보여준다.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작가는 농사로 대변되는 노동이 경제 제일주의 원칙과 효율성 극대화의 법칙으로 견인되는 틀을 깨고, 그 틀에 가려지고 왜곡된 노동의 본래 의미를 발굴하고 싶다. 노동 자체의 신성한 의미를 되살리고 싶다. 최초 노동에 결부됐을 생명 사상을 일깨우고 싶다"며 "(무모한, 어쩌면 성실한 노동을 투자하며) 농사를 짓는 척하면서, 농사를 살짝 비틀어보이면서, 농사에 가려진 본래 의미를 발굴하고 복원한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예술에 대한 실천 논리도 담겨있다. 그는 예술이 무익하고 무용한 노동이라는 입장에 저항하며, 바로 그 무익하고 무용한 노동이야말로 예술의 존재 의미이며 미덕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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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안은 평면과 영상, 설치 작업으로 채워져 있다. 그는 오랫동안 집을 소재로 한 평면작업을 선보여왔다. 검고 굵은 선으로 최소한의 구조만 살린 집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그에게 집은 우리네 세상사 얘기를 함축적으로 담은 곳이다. 비정형의 얼룩과 스크래치들은 집이라는 공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상의 감정, 때로는 상처를 시각적, 촉각적으로 나타낸다. 단순해보이는 이 작업에도 역시 노동이 집약돼있다. 날카로운 것들로 긁어내 보풀이 생겨난 화면과 그 속에 숨겨진 드로잉, 집과 대조를 이루는 가느다란 선들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지금까지 고집스럽게 노동과 효과성에 대한 얘기를 해왔다. 작업을 계속 이어가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지고 진정성을 갖게 됐을 때, 조금씩 변화를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며 "지금도 집의 일부를 사각형으로 표현하거나, 보풀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를 남겨두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앞으로 화면이 좀 더 정리되고 해체되는 방식으로 표현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계명대 서양화과와 동대학 미술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국내와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서 30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60주년 특별전에 초대돼 작품을 출품할 예정이다.

 

전시는 8월 13일까지. 054-933-5573.

 

 

[전시속으로] 예술로 표현한 ‘노동과 효과성’…김결수 개인전 - 매일신문 (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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