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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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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대미술작가 김결수 작가의 개인전 ‘노동과 효과성’이 아트리움 모리(경북 성주군 월항면)에서 지난 6월 24일부터 8월 13일까지 설치와 회화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 김결수는 현대미술가로 입문한 이후 지금까지 줄곧 일관되게 ‘노동과 효과성’을 고집스럽게 천착해오고 있는 주제고 주제 의식이다. 추상미술에서처럼 특별한 주제가 없는 때도 있지만, 대개 주제는 작가의 작업을 의미론적으로 함축하고 지지하는 인문학적 배경이 되고 있고, 그런 만큼 작가의 작업을 이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해도 좋다. 그 자체 예술을 매개로 풀어야 할 화두라고도 할 수가 있을 것인데, 그렇다면 작가는 이 주제에 무슨 의미심장한 의미(그리고 실천 논리)라도 담고 있는 것인가. 예술이 무익하고 무용한 노동이라는 입장에 저항하고 싶었을 것이다. 다름 아닌 바로 그 무익하고 무용한 노동이야말로 예술의 존재 의미이며 미덕이라고 말하고 있다.

작가는 예술의 존재 의미는 크게 진리와 진실 그리고 감각을 향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여기에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존재론적 질문이 진리와 관련된다면,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났었음을 증명하는 역사적 현실 인식과 실천 논리가 진실에 매개되고 감각적 쾌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예술은 감각과 연결된다. 각각 종교적인, 현실 참여적인, 그리고 여기에 몸적인 경향성의 갈래들이라고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이 가운데 예술의 이름으로 수행되는 노동의 의미를 묻고 그 존재 가치를 묻는 작가의 작업은 특히 숭고한 노동으로 진리와 관련이 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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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용되었으며 세월의 흔적 속에 효율성을 다해 터부시되어 버려지진 애잔한 이야기를 찾고 있다. 낡고 버려진 것에서 긴 시간 반복되었을 누군가의 고된 노동이 담겨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그렇게 작가의 작업에서 예술은 노동이다. 삶이다. 그리고 정체성이다. 노동과 삶과 정체성이 예술의 이름으로 호명되면서 그 경계를 허무는, 유기적인 전체를 이루는, 그런, 경향성의 작업으로 보면 좋을 것이다. 정체성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 작가는 이 일련의 영상설치작업과 함께 집을 소재로 한 평면작업을 오랫동안 해왔다. 여기서 집은 정체성을 표상한다. 자기에게 집은 숨어있기 좋고 작가가 자리하고 있는 우주의 꼭짓점으로 본다. 그렇게 평면으로 나타난 집 그림을 보면, 텅 빈 화면에 최소한의 라인으로만 구축된 집의 구조와 골격으로 축조된 집들이 평면화의 경향성을 강하게 보여주고, 형태를 최소한의 구조로 한정한다는 점에서는 구조주의적 환원을 떠올리게 만든다. 우리네 세상사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집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비록 페인팅이지만 거침없고 활달한 붓질이 드로잉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드로잉적인 페인팅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배경 화면으로 비정형의 얼룩과 자국이, 가녀린 희미한 선들이, 흔적이, 스크래치가 중첩돼 있다. 그 자체 아마도 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그러므로 어쩌면 일상의 소회를, 감정을, 때로 상처를 표현한 것일 터이다. 그렇게 희미한 흔적 중에는 때로 집 형태도 있어서, 그러므로 집에 또 다른 집이 포개져 있어서 집과 함께 흘렀을 시간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에 아크릴과 숯가루를 혼합해 만든 안료로 그린 그림이 시각적 이미지와 함께 촉각적인 질감을 전해준다. 아마도 집에 대한 감정을 시각으로 그리고 질감으로, 그러므로 공감각적으로 표현한 것일 터이다.

작업에 쓰인 재료들은 단순한 물질적 형태가 아닌 내면에 담고 있는 시공간적 기록을 의미하기에 작업의 대상으로 선택한다.

세상에는, 삶에는, 그리고 존재에는 합리로, 상식으로, 정상으로 해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바로 그 해명되지 않는 부분을 밝히는 것에 예술의 의미가 있고, 예술의 이름으로 수행되는 노동의 가치가 있다. 작가의 작업에서처럼 비록 감각적 현실을 닮았을 때조차 감각적 현실 자체보다는 혹 감각적 현실이 간과하고 있을지도 모를 행간읽기와 이면 읽기를 수행하고 실천하는 것에 그 의미와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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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인전 출품작은 또 다른 접근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하이트 규브 안에 보이는 노동과 효과성은 갤러리의 안과 밖,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우리의 실상과 허상을 담는 노동집약적 기술로 보인다. 작가는 노동과 효과성이란 “생명의 순환에 관한 이야기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며 세대를 이어가고 있는 인간의 순환은 개인의 삶이 저마다 생명력을 드러내듯이 작가는 다시금 노동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가 본질적 예술의 의미를 볏짚과 볍씨에서 찾고 있다.

전시장 밖에 설치된 대형 사각 큐브는 거푸집을 사용하며 몇 날의 노동을 가미한 입방체 결과물을 만들었다. 논 2마지기(한만지기 200평)에서 수확 후 남겨진 볏짚을 켜켜이 쌓아 올린 방식이다.

장마철 빗줄기 속에서 볍씨의 발아는 더욱 속도를 내고, 볏짚 속에 묻어온 다양한 포자들에서 이름 모를 식물들도 발아를 시작한다. “볏짚이 비록 생명을 다한 재료지만 저만의 손길에 의해 새로운 생명으로 순환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변화는 두 가지 지점에서 발견된다. 이전 작업이 타인이 사용하다 버린 도구에 작가의 정신을 삽입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작업은 작가의 노동을 투입하는 방식이지만 설치, 평면, 영상을 통해 노동과 효과성에 의한 삶의 생명체에 희노애락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며 이해시킨다는 점이다. 이때 전자는 타인의 노동에 의한 삶의 이야기를 가져왔지만, 후자에는 여전히 생명 가능성이 배태되어 있다는 차이점이 발견된다. “전작들에서 누군가의 노동을 훔쳐 왔다면, 최근작에는 자연의 생명체에서 찾고 있다. 인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시점을 ‘영원한 순환’으로 확장하기 위한 선택이었죠.”작가는 “단순한 노동의 반복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사실 두드러진 시각적 효과를 주진 않는다. 무언가를 만들거나 누군가의 눈을 의식한 보여주기가 아니라 그저 노동의 흔적으로 남겨진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노동의 흔적이 예술가의 여정이라 생각한다”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했다.

작가는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60주년 특별전에 초대되어 작품을 출품한다. 계명대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 미술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서 개인전 30회를 가졌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아트리움 모리, 현대미술작가 김결수 개인전 ‘노동과 효과성’ 13일까지 진행 - 경북일보 - 굿데이 굿뉴스 (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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