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rium MORI] 모유진 개인전: 소리 없는 자리
2024 MORI Young Artist
모유진 개인전: 소리 없는 자리
아트리움 모리는 유망한 청년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올해 초 시작한 제1회 청년작가 공모 「2024 MORI Young Artist」의 첫 번째 선정자인 모유진 작가의 개인전 《소리 없는 자리》를 개최한다.
한국화를 전공한 모유진 작가는 관계를 담은 풍경을 그린다. 휘발되는 기억과 순간을 새긴 작품은 제작하는 과정 역시 작가의 작업 주제를 여실히 담아낸다. 먼저 얇은 한지 위에 ‘있었던 것’으로 간주되는 대상의 실루엣을 비워둔 채 풍경의 배경을 그린다. 이후 비워둔 실루엣에 맞춰 자른 한지를 한 겹 더 포개어 붙인 후 배경과 연결되도록, 하지만 색감에서 조금의 차이를 주어 감춰진 존재가 드러나도록 의도하여 채색한다.
작가가 작품 속에 숨겨둔 관계의 흔적들은 대부분 사람과 함께한 사물이다. 풍경 속에 놓인 컵, 의자, 운동화, 우산 등의 사물들은 누군가의 온기가 이곳에 머물렀음을 반증한다. 그 흔적들은 멀리서 보았을 때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림을 가까이서 유심히 바라보거나, 그림의 뒷면을 애써 찾아보았을 때 비로소 감춰진 자취를 관객에게 드러낸다.
우리의 삶 속에서 무수히 스쳐가는 수많은 관계 또한 그러하다. 망각했다 하여 사라지진 않은 것들, 눈치채지 못한 새 소복하게 쌓여가는 헤아릴 수 없는 흔적들이 우리의 하루를, 내일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성주에 위치한 전시공간 아트리움 모리와의 인연으로 작가는 살면서 처음 성주에 발을 디뎠다. 이 지역이 작가에게 준 첫인상은 생전 처음 보는 규모의 비닐하우스 행렬이었다. 이후 지역의 곳곳을 리서치 하는 와중에도 그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물결처럼 반짝이는 비닐하우스의 윤슬이었다. 이 인상은 성주에서의 리서치를 통해 탄생한 작품 <단단한 윤슬>(2024)로 기록되었다.
작가는 성주와의 인연을 통해 이 지역을 만들어가는 지역민의 삶을 바라보았다. 빛나는 비닐하우스 아래 흘려졌을 농부의 땀을, 성실히 매일을 살아내며 정직히 삶을 쌓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모여 만들어지는 이 지역의 존재를 바라보았다. 작가의 작업 속에 감추며 드러내는 무언가처럼 분명하게 존재하지만 쉬이 알아차리기 힘든 흔적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가닿을 차례이다.
전시를 준비하며 성주에 머무는 동안 작가가 작성한 리서치 노트의 말을 빌리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녀가 담아내는 풍경 속 감추어진 흔적들을 통해 나의 오늘을 만들어준 흔적들을 곱씹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비닐하우스는 너울거리는 파도 같기도, 물결 같기도 했다. 윤슬이 반짝반짝 빛나듯 비닐하우스의 윤슬은 단단하면서 애잔했다. 아주 넓은 참외 밭에 쌓여가는 농부의 발걸음이 그들의 삶을 지속하고 있다. 농부의 지속적인 삶은 이 지역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내륙 한가운데에서 너울거리는 바다를 그린다.”
아트리움 모리 큐레이터 태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