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ㅣ 갤러리 문턱 낮추고 여유 더한다... 대구경북 카페 융합형 갤러리 인기
대구 윤선갤러리와 MRNW(미래농원)
청도 갤러리이서, 성주 아트리움모리 등
전시뿐 아니라 아티스트 토크와 강의도
문화예술을 접하는 문턱을 낮추고 여유를 더하는 '카페 융합형 갤러리'가 각광 받고 있다. 좀 더 쉽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하며 작가와 직접 소통하거나 예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티스트 토크와 미술 강의도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북적이는 대구 대표 관광지 수성못을 마주하고 있는 카페 아트플렉스. 커피향이 짙은 카페 안쪽으로 들어서면 윤선갤러리의 입구가 나타난다.
카페 내 갤러리라고 얕볼 게 아니다. 카페만큼 넓은 공간의 갤러리에서는 1년 내내 수준 높은 전시가 이어진다. 2020년 개관부터 지금까지 이유, 최수앙, 이기성, 차규선, 김진, 하지훈, 죠셉 초이 개인전과 단체전, 소장품전을 선보여왔다.
전시뿐만 아니라 작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아티스트 토크'와 다양한 내용의 강의로 채워지는 '윤선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4월에는 최병식 미술평론가(전 경희대 교수)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뮤지엄' 등을 주제로 두차례 강의를 펼쳤으며, 지난해 10월과 올 초 김석모 미술사학자(강릉 솔올미술관장)가 '컬렉터와 함께 하는 미술 소통'이라는 교육을 진행해 호응을 얻었다.
신혜영 윤선갤러리 대표는 "사람들이 갤러리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문턱 낮추기 좋은 매개체가 카페라고 생각했다"며 "카페와 갤러리를 함께 운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항상 노출돼있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다음 전시를 기대하기에 더욱 부지런하게 공부하고, 작가나 작품을 고를 때 더욱 신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와 작품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이 있어야함은 물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나들이 오듯 찾아 작품 감상
갤러리이서는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서 청도 이서면으로 넘어가는 팔조령터널을 얼마 지나지 않아, 한적한 마을 속에 위치하고 있다.
석지영 갤러리이서 대표는 당초 갤러리 용도로 건물을 설계했으나, 공사하는 과정에서 카페 랩에쏘를 함께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설계를 변경했다. 갤러리를 대중적으로 알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대구 도심에서 차로 30분 정도의 거리여서 실제 방문객의 90% 이상이 대구시민들이며, 울산·경주 등 인근 지역에서도 찾는다는 것이 석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주말에는 하루 200명 이상이 찾을 정도다. 방문객들이 나들이 삼아 이곳을 찾아 편하게 커피도 마시고 작품도 감상하곤 한다"고 말했다.
높은 층고가 돋보이는 전시장에서는 개관전인 이지현 작가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장준석 초대전, 한승훈·손수민 2인전, 소장전 등이 열렸으며, 올해도 전시가 6차례 이어질 예정이다.
"설계를 바꾼 결심을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컬렉터들도 구매에 대한 고민이나 부담 없이 가볍게 찾을 수 있으니까요. 또 갤러리가 컬렉터만을 위한 전시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결국 문화 소비층을 확대하는 역할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성주 아트리움모리는 전시장과 카페, 원데이클래스 공간을 함께 운영 중이다. 오는 5월 개관하는 신관에는 레지던시와 전시장이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아트리움모리 제공
◆예술가도, 방문객도 만족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성주 아트리움모리는 전시장과 카페 트리팔렛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카페 트리팔렛은 대구 근교의 대형 브런치 카페로 입소문이 나있지만, 카페를 찾은 방문객들이 전시장에 들러 작품을 감상하고 가는 일도 흔하다.
구복순 아트리움모리 대표는 "도심과 떨어져있어서, 방문객들이 머무르며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했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전시뿐만 아니라 아트리움모리의 캐릭터인 모리베어 피규어 체험, 아크릴페인팅, 유리공예 등 원데이클래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최근에는 공모를 통해 청년작가 1명을 선정해 창작지원금 등 지원을 하기로 했으며, 5월 말에는 전시장과 레지던시 공간을 갖춘 신관 건물도 개관할 예정이다.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는 "작가와 작품을 듬직하게 품어주고, 실력 있고 개성 넘치는 작가들을 발굴해 세상에 소개한다는 첫 취지에 맞게 운영해나갈 것"이라며 "올해 본관에서 총 6개 전시, 신관에서 4개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방문객들이 예술적 감흥을 흠뻑 느끼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부담 없이 적극적으로 예술 즐기길"
대구 북구의 MRNW(미래농원)은 독특한 건물 형태와 함께 카페 파이퍼와 레스토랑 스토크, 전시공간과 정원 등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해 조선희 사진전 등의 전시와 세계적인 댄스퍼포먼스 그룹 아트지, DJ들이 참여한 공연, 팝업스토어 등을 선보이며 지역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문화예술의 세계적인 흐름을 대구에서도 느낄 수 있게 하고싶다는 한솔 MRNW 대표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한 대표는 "세계적으로 전시와 다양한 산업을 결합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형태의 결과물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지만, 대구에서는 그런 열기를 느낄 수 없었다"며 "작게나마 자체 기획 또는 외부업체와의 협력, 위탁을 통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함께 운영하는 카페와 레스토랑은 문화공간 진입 문턱을 낮추고 고정 수익 문제를 해결하는, 두 마리 토끼를 좋은 잡는 방법이 됐다.
"대구에도 좋은 전시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지만, 그것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문화나 인식 자체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볍게 방문할 수 있는 MRNW에서 다양한 컨텐츠를 접하고 즐기다보면 지역 곳곳의 문화공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