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리움 모리]임창민 개인전 <Time-warp>
Time-warp
아트리움 모리는 6월 26일부터 8월 4일까지 미디어 아티스트 임창민 작가의 개인전 ⟪Time-warp⟫를 개최한다. 런던, 포틀랜드, 홍콩 등 국내를 넘어 세계를 배경으로 사랑받는 작가의 작품은 특유의 고요한 힘으로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현대인의 발걸음을 붙잡아 멈추게 한다.
작가 임창민의 작업에는 유사한 듯 상반된 여러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 매체적 측면에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과 흐르는 시간을 기록하는 영상을 결합하고 공간적 측면에서 ‘창’이라는 매체를 통해 내‧외부를 함께 담으며, 시간적 측면에서 멈추어버린 순간과 부지런히 움직이며 흐르는 현재가 공존한다.
그중에서도 창문은 작가의 작품에 일관되게 등장하는 요소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창은 일반적으로 유리를 통해 안과 밖을 훤히 내다볼 수 있는 형태이나 로마시대 저택의 창문은 사람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아주 작은 크기로 나있었으며 그마저 유리의 공급이 어려워 나무판으로 전체가 막힌 형태로 존재했다. 이후 유리의 수급이 보편화된 19세기 초에는 창문의 개수나 크기에 따라 세금을 매기기도 했다. 이처럼 창문은 건축학적으로 보았을 때 번거로운 구조적 리스크를 안고 가는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이르러 창의 크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 어느 방향으로 창을 내느냐, 창을 통해 볼 수 있는 조망이 어떠하냐에 따라 건물의 가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창이 기능적 측면을 넘어서 정서적 안정을 주는 존재로 자리 잡았음을 반증한다.
작가의 작품 속에서 공존하는 두 가지 시점은 창을 통해 하나의 프레임 안에 존재한다. 작품의 배경으로 역할하는 기차, 비행기, 호텔 룸 내부 등의 사진은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의 장소로 안락한 느낌을 준다. 창밖으로 느긋이 움직이는 외부의 풍경 역시 고요한 분위기로 사진과 영상이라는 두 매체의 결합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현실적이고 편안한 느낌으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작가는 일상의 공간을 리서치 후 섭외하여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고 후반 작업을 통해 화면을 재구성하는 수차례의 섬세한 시도로 작품을 완성한다. 이러한 작업과정을 통해 알 수 있듯 두 개의 공간과 시간을 한 화면 안에 편안히 담아내기 위한 작가의 노력은 그가 작품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매체의 결합에서 오는 생경함보다는 고요히, 그러나 쉼 없이 흐르는 시간이라는 주제임을 알 수 있다.
“나는 창이 있는 이 공간에서 시간의 속성을 더하여 시공간의 증축을 시도하고자 한다.”라는 작가의 말은 과거에 비해 비교적 공간의 제약 없이 다양한 경험이 가능해진 현대인의 노마드적 습성을 담고 있는 듯하다. 일상의 공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창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타임-워프하는 임창민 작가의 작품 앞에서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간을 온전히 즐겨보길 바란다.
아트리움 모리 큐레이터 태병은